최근 방송가는 ‘야한’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여성의 특정 신체를 부각하는 의상과 안무. 심지어 과감한 신체 클로즈업이 넘쳐나는 음악프로그램, 개그맨들의 야한 농담과 신체를 희화화하는 예능과 코미디 프로그램, 심지어 앞서 소개한 TV 프로그램은 아예 남녀의 연애를 전면에 내세우고 시청자의 성생활에 대한 질문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보자면 과거에는 남자들만의 술자리에서 주고받던 음담패설들이 이제는 연예인과 시청자들의 당당한 발언이 되어 TV에 방송되고 있으며 심지어 큰 화제성을 지닌 프로그램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대중문화는 이미 sex를 주제로 한 콘텐츠에 대해 매우 관대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주제를 가진 콘텐츠들이 많이 팔려나간다는 건 그만큼 사회적으로도 우리나라가 더는 성적으로 닫힌 사회가 아닌 개방된 인식을 가진 사회라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그 원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은 80년대 이후 국가적 경제 성장과 더불어 높아진 교육의 기회 및 여권신장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남녀차별의 문제들이 많지만, 골치 아픈 문제들은 젖혀놓고 생각해보자면 적어도 최소한 요즘 세대의 연애에서만큼은 남자보다 여자가 ‘甲’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이것이 80,90년대 생의 기형적인 남녀성비에 의한 결과인지, 아니면 무언가 본인을 비롯한 남자들은 모르는 여성들의 변화로 이전과 다른 新남녀상열지사의 풍속이 나타나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유야 어떻든 당당하게 의사표현을 하고 자라온 여성들이 연애에서도 이제는 끌려 다니지 않고 숨김없이 말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더 개방적인 사회가 된 것으로 생각한다. 바야흐로 과거 남자에 의해 정복당하던 여성들이 이제는 당당하게 남자의 위에 올라타 사랑을 표현하는 여성 상위의 시대가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연스레 과거 남자들의 술자리에서 음침하게 나누던 음담패설들이 이제는 화사한 카페와 분위기 있는 바에서 격조 있고 재치 있게 나누는 성 상담, 혹은 유흥거리가 되면서 세상 밖으로 나와 공공연히 대화를 나누는 하나의 주제가 된 것이다. 즉, ‘여성들은 sex에 있어서 소극적이다’ 라는 사회적 통념이 깨지고 여성이 앞서서 sex에 대하여 긍정적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좀 더 개방적인 성 의식을 갖고 개방적인 성문화가 발달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여성들의 개방된 성 의식, 그리고 자연스레 따라온 sex에 대하여 관대해진 사회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경제가 돌아가기 위한 ‘구매력’은 ‘여성’에게 있다는 것이다. 아직 사회 고위층의 권력을 남성들이 쥐고 있다고 한들 실제 가정에서의 ‘구매력’이란 보통 여성들에게 주어진 권력이란 것이다. 즉, 상품 및 콘텐츠를 판매하는 기업 측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남성’을 위주로 한 상품이나 콘텐츠보다는 ‘여성’을 노린 상품들이 더 잘 팔리고 마케팅 역시 ‘여성’을 노려야 직접 소비자의 지갑을 노릴 수 있다. 그러므로 자연히 기업이 분석하는 소비자의 니즈는 여성 위주로 분석되어 질 것이고 기업은 그것을 노리는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을 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여성의 인권이 성장하고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게 되면서 남자 못지않은, 오히려 결혼 후에는 남자보다 더 강력한 구매력을 가지게 되었고 그 구매력을 토대로 한 강력한 경제적 상호작용 때문에 개방된 성문화가 시작되었다는 주장이다. 어떻게 보면 어이없는 주장일 수도 있지만 개방된 성문화와 그로 인해 생겨나는 부수적인 콘텐츠 및 상품들의 최대 소비자는 ‘여성’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말하는 개방된 성문화로 생겨난 콘텐츠 및 상품들이란 그저 벌거벗은 여성을 내세운 그런 원초적인 것이 아니라 은근하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랑 할 수 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마녀사냥’ 같은 경우도 멀끔한 MC들이 젠틀한 톤으로 은유적인 표현을 써가며 성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또한, 다루어지는 주제 역시 사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남성들의 음담패설에 비하면 너무나 시시한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결국 ‘마녀사냥’의 주된 시청 층은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마녀사냥’은 기대만큼 큰 호응을 이끌고 있으며 그로 인해 현대 여성들의 성에 대한 의식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여성들의 변화는 전체적인 사회의 태도를 바꾸었고, 그에 발전하여 성적으로 개방된 콘텐츠 및 상품들이 나타나고, 콘텐츠들이 반복 노출되다보니 점점 더 성에 대하여 개방되고 그야말로 툭 까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이 생겨났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성에 대하여 개방된 사회가 만들어지면서 더 이상 sex가 겉으로는 체면 차리면서 숨기고 뒤로 들어가서 음흉하게 행해지는 곪은 상처가 아닌, 당당하게 sex에 의한 문제에 대해서는 공론화하여 해결할 수 있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성생활과 올바른 성인식, 그리고 양성평등을 위하여 꺼내놓고 대화할 수 있는 주제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개방된 성문화를 대중문화의 발전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현재의 사회의 주를 이루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성장한 70, 80년대만 하여도 음악, 영화, 출판물 등 모든 대중문화에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높은 강도의 검열이 있었다. 철저하면서도 주관적인 검열 때문에 수 없이 많은 창작물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고유의 색을 잃는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났다. 물론 세월이 흘러 불온서적, 혹은 방송금지 처분을 받은 가요 등이 최근에는 모두 풀려났지만, 그 당시 검열의 칼바람 속에서 대중문화는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한가? 물론 검열이 완전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너그러운 수준이고 또한 대중문화를 수용할 때 최소한의 시청, 관람, 상영등급 등을 매기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자유로운 창작과 활발해진 문화 콘텐츠 개발 덕분에 최근 우리나라의 한류 열풍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소유의 시대는 저물었다. 소유를 위한 제품 생산 위주의 2차 산업은 저물어가고 있다. ‘지식’이라는 무형의 자원이 주가 되는 현대 지식사회에서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문화콘텐츠’, ‘소프트웨어’ 등을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어 개발하고 판매하는 것이 실질적인 가치가 되는 세상이다. 즉,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일수록 그만큼 생각의 영역이 제한되지 않는 창의적인 문화콘텐츠가 개발되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창조경제이자 내일의 먹거리라고 생각한다. 여러 차례 언급하였던 ‘마녀사냥’처럼 이전에는 터부시 되었던 직접적인 성적인 발언 및 주제들을 간판에 걸고 활약하는 방송콘텐츠야 말로 현재의 대한민국의 개방된 성문화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즉, 금기시되었던 성문화가 개방되면서 표현의 자유 역시 넓어지고 너그러워진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새로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가 탄생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와 대중문화의 발전, 나아가 새로운 경제적 이익창출을 위해서라도 현재 우리 사회의 개방되는 성문화는 반드시 환영해야 할 현상이고 더욱 권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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