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머뭇거리고 있었다.
완성된 무언가를 원했기 때문이다. 준비된 환경에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준비된 환경을 조성해주지 않았다. 시간만 흘러가고, 새로움에 점점 무뎌져 갈 때였다.
보다 못한 청년 무리가 등장했다. 그들은 ‘뭘 그렇게 머뭇거려요? 없으면 없는 곳에 하면 되지’라고 말했다. 남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시작했다. 돈은 없지만 패기가 있었고, 의욕이 있었다. 그리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있었다. 이러한 자신감은 남들을 설득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중구청 소속의 은행동 상인회 건물 지하를 무료로 임대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그 안에서 브루어리를 만들어 대전을 대표하는 술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첫발을 내딛었다.
으능정이 부루어리를 경영하는 황주상(28)씨는 깔끔하게 정돈된 지하실을 보여주면서 지난 일들을 이야기해줬다. 사실 이 프로젝트가 도시재생의 한 예시가 되겠다는 맥락으로 접근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번 술이나 만들어서 우리끼리 먹어 볼까?’하는 발랄한 생각에서 점점 가지를 뻗어 여기까지 도착했다고 한다.
생각의 가지를 뻗다보니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그런 사례가 된 것이다. 물론 그 과정들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과 달리 처음에 이 지하실은 온갖 공사자제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물이 발목까지 고여 있었다고 했다. 당연히 물이 고여 있으니 전기가 들어올 리가 없었다. 황주상씨는 그때의 상황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여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가 다음으로 보여준 것은 새싹인삼 스마트팜이었다. 으능정이 부루어리는 단지 제조와 가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바로 6차 산업. 직접 재배하는 1차 산업, 제조와 가공하는 2차 산업, 체험의 기회를 주는 3차 산업이 혼합된 산업이 바로 6차 사업이다. 으능정이 부루어리는 이러한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역경제에 활성화를 촉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새싹인삼은 간단한 장치에 의해 재배되고 있었다. 여유자금이 없는 청년들이 최대한 기지를 발휘해서 만든 스마트팜은 기업의 시설처럼 깔끔하진 않았지만 무엇보다 강하고, 참신해보였다. 여기서 길러진 새싹인삼은 가루가 되어 막걸리의 재료가 되거나 새싹인삼주의 원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그래도 브루어리이기에 중요한 것은 술이다. 혹시 마셔볼 수 있는 술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황주상씨는 웃으면서 맥주가 가득 담긴 냉장고를 보여주었다. 아직 막걸리는 새싹인삼이 다 크지 않아 없다고 했고, 그 전에 맥주를 주조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창고에는 대추인삼주가 있다고 했다. 나는 발효 중인 맥주를 한 입 먹어보았다. 호밀빵을 통해 발효된 맥주는 흑맥주와 맛이 비슷했다. 진한 맛이 느껴졌고 일반적인 맥주보다 훨씬 깊은 맛이 있었다.
으능정이 거리를 걸으면서 황주상씨가 했던 말이 있다. 대전을 대표하는 전통주가 아직 없다고, 도시재생을 넓게 보면 다른 지역 사람들을 다시 이곳에 오게끔 만드는 것인데 대전을 찾아오는 이유가 바로 으능정이 부루어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시도하고 결과를 알아가는 자세가 어쩌면 필요할지도 모른다. 도시재생 역시 빠른 성과보다는 다양하게 시도되는 관점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익숙함을 얻게 되고 지속성을 갖게 될 것이다. 아래 황주상씨와 나눈 인터뷰를 간략하게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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