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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이야기] 내가 두려움을 갖을 때 : The Murder Capital, 《When I Have Fears (2019)》

문화예술

by 미아스마 2019. 10. 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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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urder Capital

 

느리고 섬뜩하게


I am a blissless star, corroded through the core
I am a weightless diver, terrified and free

나는 중심부가 파먹힌 불행한 별이에요
나는 겁에 질렸지만 자유로운 무중력 다이버예요

<For Everything> 첫 번째 벌스 가사에서


70 후반~80년대 초 포스트 펑크(Post Punk)는 특유의 우울함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선봉장에 있었던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은 이후 등장할 모든 포스트 밴드의 대표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놓은 장본인이었다. 특유의 우울함과 흑백에 가까운 곡조는 당시 공감을 이끌어 냈고, 비슷한 포스트 펑크 밴드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보컬 이언 커티스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메인 스트림은 차트를 차지했다. 그러면서 포스트 펑크는 예술적인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슈게이징과 노이지 팝, 드림 팝과 결합되고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반대로 포스트 펑크에서 전통적인 록 그리고 팝 밴드로 방향을 전환한 U2는 세계적인 밴드가 되었다. 그건 그렇고 이때부터 포스트 펑크는 마이너 한 장르로 대중들에게 잊혀 가고 있었다.

하지만 포스트 펑크가 2010년대 들어서 되살아나고 있는 추세이다. 우선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밴드들이 많이 등장했다. 일단 아이들스(Idles)와 아이세이지(Iceage), 비아그라 보이즈(Viagra Boys)가 작년을 장식했고 Protomartyr와 The Twilight Sad처럼 10년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밴드도 있다.

2019년의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 4월에 데뷔한 Fontaines D.C.는 아일랜드 출신의 밴드로 '펑크'가 갖는 정치적인 가사와 포스트 펑크가 내재하고 있는 음울한 분위기를 통해 혼란스러움을 뽐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쉐도우 댄스 그리고 슬로우 댄스


Human Season

 

장르: 포스트 펑크, 펑크 록, 고딕 록*
발매일 : 2019년 8월 16일
기획사 : Human Season
단위:
정규앨범(LP)
러닝타임: 43 57

신기한 것은 아일랜드에서 다시 비슷한 역량을 지닌 '포스트 펑크 밴드'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더블린 출신의 살인의 수도(The Murder Capital)라는 이름을 가진 밴드. 이름부터 폭력적이며, 앞서 화가 난 사운드를 보여준 Idles와 비슷한 분위기를 보여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막상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거칠거나 노이지하지 않다. 또한 보컬은 화나 있지 않다. 차분하고 나레이션처럼 무덤덤히 상황을 이야기해준다. 밴드는 이렇게 현실을 무덤덤하게 묘사하며, 때론 비유한다. 

이러한 차분한 무거움, 그리고 느리면서 섬뜩한 분위기는 밴드가 숙련된 음악을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결코 이번 앨범이 데뷔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앨범의 모든 곡들은 이어지며, 같은 주제를 공유한다. 주제적인 면에서는 새로운 측면의 접근은 아니다. 흔하게 다뤄지는 현대인들의 불안과 무기력함이 그 배경이다.

 

Human Season

 

그럼에도 이 밴드가 참신함을 갖는 이유는 공격적인 기타와 그 사이 정밀하게 연주되는 드럼, 한숨 쉬는 듯 말하는 보컬이 섞였기 때문이다. 따로 뜯어보면 어떤 밴드에도 있지만 같이 합해보면 어떤 밴드에도 있지 않다. 이렇듯 기존의 밴드에서 잘 표현하지 못한 두려움과 그 안에 동반되는 잔인함, 분노, 사랑을 차례차례 뒤섞었다. 본질적으로 이는 '섬뜩함'으로 대표될 수 있다. 

여기에는 밴드가 겪은 친구의 자살이라는 현실적인 경험도 기반되어 있다. 그들은 "모든 가사는 친구의 죽음과 어떻게든 관련이 되어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본질적으로 앨범이 어두울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지닙니다. 그리고 입체성을 동시에 획득합니다. 현실의 묘사, 그리고 실제로 겪은 죽음은 깊어지고, 느리게 부유하는 의미를 찾아낸다. 또 울고 싶지만 울 수 없는 보컬의 답답함으로 분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타협은 없다.

조이 디비전의 쉐도우 댄스는 The Murder Capital에게 와서는 슬로우 댄스가 된다. 이는 입체적인 형태로 무기력과 달랐다. 그 자체로 두려움과 무기력에 맞서는 힘을 얻었다.

수록곡 보기

수록곡

01. For Everything ★
02. More Is Less 
03. Green & Blue
04. Slowdance I 
05. Slowdance II
06. On Twisted Ground
07. Feeling Fades
08. Don't Cling To Life
09. How the Streets Adore Me Now
10. Love, Love, Love ★

 

Green &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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