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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이야기] 나는 나를 파괴한다 : Pharmakon(파마콘),《Devour (2019)》

문화예술

by 미아스마 2019. 10. 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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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rmakon


치열하고 폭력적인 음[音]


Sacred Bones

 

장르: 노이즈, 인더스트리얼, *파워 일렉트로닉, *데스 인더스트리얼
기획사 : Sacred Bones
단위:
미니앨범 (EP)

러닝타임: 36분 06

음반을 재생시키면 불쾌한 노이즈가 잡힌다. 오래된 진공청소기 소리 같기도 하고 어떤 공사장의 소음 같기도 하다. 이해는 둘째치고 듣기는 것 자체가 힘들다. 음악이라는 것이 우선적으로 듣기 위한 장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음반은 왜 음악이 듣기 좋은 소리만 녹음해야 하지? 반문을 한다. 이 소음을 명확히 판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음악이 극한을 향해 치닫고 있고, 뭐라고 말하는지 듣기 힘든 보컬은 공격적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언어를 두고 '폭력적'이다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이 음반과 이 아티스트를 접하고 나면 '폭력적인 음'도 존재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음악의 폭력성을 일종의 추진력으로 변환된다. 앨범을 끝까지 듣게 만드는 추진력으로 작용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추진력은 공포감으로 일부 변환된다. 밤에 아무도 없는 거리를 걸을 때 이 앨범을 듣는다면, 혼자 깜짝깜짝 놀라거나, 일부러 뒤를 돌아볼 것이다. 그만큼 노이즈의 밀집도는 밤을 채우는 어둠처럼 높다.

Sacred Bones


일부 평론가들은 이러한 파마콘의 스타일에 파워 일렉트로닉 또는 파워 노이즈라는 장르를 붙였다. 또 여기에 하드코어 스타일의 보컬을 포괄하여 데스 인더스트리얼이라는 장르 이름도 붙였다. 장르의 이름으로 파마콘의 음악은 정확히 부합한다. 폭력적이며, 시끄럽고, 죽음에 가깝다. 대중음악의 관점에서 파마콘의 잡음은 죽음 음에 가깝다. 하지만 예술가에게는 또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나는 이 앨범이 하나의 묘사라고 생각한다. 겹겹히 칠해지는 노이즈, 사나운 보컬, 가끔 냉혹하게 들려오는 보컬 이 모든 것은 어떤 일상의 묘사 같기도 하다. 이 묘사는 굉장히 현실적이다. 참혹하고 괴상하지만 그건 우리가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이기도 하다. 이 앨범의 노이즈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실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앨범은 꾸미지 않은 '도시'나 그 안에 살고 있는 '나'를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노이즈는 도시고, 나는 파마콘의 보컬이다.

앨범의 타이틀 '데버(Devour)'이라는 단어도 위와 비슷한 역할로 볼 수 있다. 데버는 앨범 아트를 상징하는 단어면서 이성을 상실한 어떤 상태를 지칭한다. '몹시 배가 고파서 귀신에 쓰인 듯 먹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을 잃은 나는 꾸며진 내가 아니다. 꾸미지 않은 도시에 살고 있었던 지극히 원초적인 나이다. 앨범은 그 숨겨진 현실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파괴하려고 한다. 보고 싶지 않은 모든 것을.

수록곡

수록곡

01. Homeostasis ★
02. Spit It Out ★
03. Self-Regulating System
04. Deprivation
05. Pristine Panic / Cheek by Jowl

 

Spit It Out (Official Single 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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