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학교에는 “안녕하십니까?” 라는 대자보가 이곳저곳에 붙어있었다. 그 내용들은 학교 청소노동자 해고와 등록금 인상, 부당한 행정 등 때문에 안녕하지 못하다는 내용이었다. 한참 페이스북과 인터넷 기사가 쏟아져 나왔지만 금세 사그라졌다. 요즘 학교 내 정보를 얻기 위해서 많이 사용하는 대나무 숲을 둘러보면 학과 분위기에 대한 질문과 군기 잡는 수준, 학생회비의 당위성 여부 등 마냥 좋지만은 않은 내용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쯤 되면 ‘헬조선’이라는 말도 그냥 유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경험에 비춰보면 대학교 내에는 아직도 집합이라는 용어가 존재한다. 이는 말년 고참이 아닌 학생들에게는 불안과 두려움의 대상일 것이다. 집합광고는 빠른 속도로 전달되어 저학년 학생들이 패닉에 빠지게 되는데, 그 집합의 이유는 실로 놀랍다. 선배와 함께 듣는 수업을 말없이 빠졌다거나 지나가는 선배를 보고 인사를 하지 않았다거나 혹 학생회비를 제때 납부하지 않았다거나 선배가 사랑을 고백했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한 복수 등 다양한 이유에서 이다. 이른바 대학 내 똥군기를 잡고 있는 것이다.
1. 대학에서 유사성행위?
지난 2016년 모 대학 대나무숲에서는 자신을 16학번 새내기라고 소개한 학생이 신입생 OT에서 유사 성행위 묘사와 성추행에 가까운 벌칙이 있는 게임이 진행됐다는 폭로 글을 올렸다. OT에서 진행된 게임은 "25금(禁) 몸으로 말해요."라는 게임으로 선배들이 몸으로 유사 성행위를 표현하고 신입생에게 해당 단어를 맞추도록 하는 형식이었고, 또 숙소에서 이루어진 ‘방팅’은 게임에서 지면 서로 모르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의 무릎에 앉아 껴안고 술을 마시는 벌칙을 수행하는 형식이었다. 이 내용은 사실로 드러나 OT 기획단 대표인 학생회장단이 SNS등에서 공식 사과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뒤에 이어진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 문과대운영위원회가 건물 학과사무실 인근 벽에 사과문을 알아볼 수 없게(휘갈긴 듯한 글씨) 써놓아서 다시 태도 문제 논란을 일으켰다. 사과를 하기 위함보다는 문제를 제기한 사람을 조롱하는 듯한 태도로 전달되어 비난이 거세졌다.
2. 대학 정치판
같은 해 2월엔 대전·충남권 대학 전직 총학생회회장단 52명이 국회의원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일이 있었다. 이 지지선언에 참여한 대학은 충남대, 한남대, 한밭대, 배재대, 대전대, 목원대, 대덕대, 건양대, 중부대 등 대전·충남지역의 9개 대학 전직 총학생회장 13명을 비롯한 총학생회 간부 및 단과대 학생화장 출신 50여명으로 대신전해드립니다에 올라와 관련 학교 학생들의 비판이 거세게 일었었다.
3. 캠퍼스의 낭만보다 씁쓸한 대학가
아직 풋풋한 20대들의 작은 사회인 대학에서도 이렇게 많은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총학생회의 공금 횡령, 대위원회의 가담, 부정 선거, 학생처의 자치기구 행정 침해 등 수 없이 일어나는 대학 정치판의 문제점들에 20대 작은 사회는 병들어 가고 있다. 취업 문제만 해결되면 다 되는 것인가? 한창 즐겁고 열정 가득한 모습으로 대학생활과 미래를 위한 준비들을 해야 할 20대들에게는 ‘안녕하신가요?’라고 물어보기 민망할 정도로 씁쓸한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
20대에게 필요한 것은 사탕발림으로 주는 봉사활동 점수도 아니고, 재능기부라는 좋은 명목으로 이용당하는 것도 아니다. 진정 필요한 것은 어른들이 목적 달성을 위해 하는 달콤한 거짓말(마치 20대에게 미래의 일자리와 성공을 이뤄줄 것 같은)이 아니라 바르게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이 아닐까? 어린 시절 어른들이 "약아 빠져야 잘산다." ,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 올 것" 이라 했던 말들이 속을 후벼 판다. 20대를 살아가면서, 나이를 먹어가며 현실에 적응하고 병폐를 모른 척 눈감고 사는 것이 얼마나 속편하고 쉬운 길인가를 느낀다. 하지만 이대로 누구도 변화하려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고 외면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현재와 같거나 혹 더욱 안녕하지 못한 사회이지 않을까? 20대 안녕하지 못한 사회 속에 여러분의 남은 시간은 부디 안녕하다는 소식이 들려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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