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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다니엘 존스턴(Daniel Johnston), 어떤 인디 음악인의 죽음

문화예술

by 미아스마 2019. 9. 1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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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존스턴 ⓒ BBC


로-파이, 언더그라운드 음악가 세상을 떠나다


컬트적인 영향력을 지녔던 싱어송라이터이자 시각 예술가 다니엘 존스턴이 지난 10일 사망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주로 활동한 그는 로파이(Lo-Fi) 음악에서 꽤 잘 알려진 인물이었습니다. 또한 시각 예술가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본인의 앨범 아트를 직접 그리기도 했습니다. 58세의 나이로 적지 않은 나이였던 그의 사인은 심장마비라고 미국 오스틴 지방의 주간지 『The Austin Chronicle』가 알렸습니다. 

존스턴은 다작을 했던 음악가로 80년대에만 9장의 카세트 녹음본을 공개했습니다. 그가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을 고집한 이유는 만성적인 정신질환 때문이었습니다. 신체적, 정신적 불완전한 상태에서 수많은 노래를 녹음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거칠고, 불균형한 녹음 카세트테이프는 독창성을 인정받았고,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소닉 유스(Sonic Youth), 요 라 탱코(Yo La Tengo), 버틀 서퍼(Butthole Surfers) 등의 밴드들이 존경과 영향을 받았습니다. 또 80년대 최고의 영향을 지닌 밴드 너바나(Nirvana)의 커트 코베인(Kurt Cobain)도 그의 앨범 커버 티셔츠를 입고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다니엘 존스턴, 아픈만큼 치열했던 음악가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태어난 다니엘 존스턴은 웨스트 버지니아의 뉴 컴벌랜드에서 자랐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는 음악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전문적인 교육은 받지 않았지만 보컬, 피아노, 오르간을 연주하고, 대형 카세트 녹음기를 통해 녹음했습니다. 대학교는 중퇴했지만 켄트 주립대학의 미술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시각 예술가로서 한 발짝 가까워졌습니다. 동시에 그는 첫 번째 앨범(LP) 《Songs of Pain '고통의 노래' (1980-81)》의 작업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미술 프로그램도 끝내 마치지 못했습니다. 켄트 주립대학을 중퇴하고 존스턴은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사갔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적극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홍보했고,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줬습니다. 그의 열정적인 홍보는 지역적인 면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음반회사의 관심을 끌기에는 너무 음악적인 개성이 강했습니다. 상황이 바뀐 것은 1985년 MTV의 커팅 에지 시리즈(The Cutting Edge series)에 출연하면서였습니다.

방송 출연은 그를 지역에서만 머무르는 인물에서 전국적으로 컬트을 이끄는 인물로 바꾸어놓습니다. 그가 스스로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는 전국의 레코드 매장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름을 알린 존스터는 프로듀서 마크 크레이머(Mark Kramer)와 함께 《1990》이라는 앨범을 녹음하러 뉴욕으로 떠났습니다. 이 앨범은 소닉 유스가 도움을 줬습니다. 하지만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고, 《1990》앨범을 녹음하는 기간동안 정신 건강은 매우 나빠졌습니다. 결국 정신병원에 그는 입원하게 됩니다.

커트 코베인

같은 기간, 커트 코베인이 《Hi, How Are You (1983)》 앨범커버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너바나를 통해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던 코베인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앨범은 주목받았습니다. 이 주목은 엘렉트라 레코드(Elektra Records)와 아틀란틱 레코드(Atlantic Records)와 레이블 입찰 전쟁까지 일으켰습니다. 존스턴은 메탈리카를 썩 좋게 보지 않아서 아틀란틱 레코드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렇게 메이져에 데뷔를 한 존스턴은 1994년 밴드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린 폴 리어리(Paul Leary)와 《Fun》이라는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앨범의 음악적인 성취는 좋았습니다. 활기차고, 정제되지 않은 키보드는 순박한 존스턴의 시선을 이야 했습니다. 그의 초창기의 작업물들이 사랑, 실연, 잘못된 의사소통, 비틀즈에 대한 사랑, 캡틴 아메리카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을 생각하면 비극적인 면모는 작은 비중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1996년 아틀란틱은 더 이상 존스턴과 계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존스턴은 음악활동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활동은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활동한 인디밴드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자드 페어(Jad Fair), 코너 오버스트(Conor Oberst)와 브라이트 아이즈(Bright Eyes), 데스 캡 포 큐티(Death Cab for Cutie), 벡(Beck), 스파클호스(Sparklehars) 등의 그룹들이 이에 해당됩니다. 2005년 제프 페이어제그라는 영화감독이 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고, 존스턴은 동시에 자신의 독립 레이블 이터널 입 아이 뮤직(Eternal Yip Eye Music)을 설립합니다. 2012년 그는 이 레이블을 통해 마지막 앨범 《Space Duck》을 발매하고, 2017년 7월 마지막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이제 마지막이란걸 알았을까, 2018년 오스틴 시는 1월 22일을 “Hi, How Are You”의 날로 지정하고 존스턴을 기념했습니다.

쓸쓸하고, 공허한, 단순하고 아름다운 음악


Some Things Last A Long Time

1990년 발표한 앨범에 수록된 <Some Things Last A Long Time>은 피아노의 반복이 주를 이룹니다. 혼자 빈 방에 앉아 부르는 듯한 노래는 차갑게 느껴집니다. 중간중간 들려오는 잡음은 자연스럽게 느껴지며, 공허한 느낌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냅니다. 이 노래는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의 2015년 커버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High Horse

2009년에 발표한 앨범의 수록곡입니다. 피아노가 여전히 중심이고 발랄한 기운이 가득합니다. 어쩌면 빌리 조엘이 생각나는 음악입니다. 80-90년대의 기록들에 비하면 그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가사와 보컬은 쓸쓸하며 공허한 느낌이 있습니다. "Say ‘Hello’ at my funeral(제 장례식에서 안녕이라고 인사해요)"라는 가사에서 볼 수 있듯 낙관적인 멜로디는 가사를 통해 쓸쓸함을 가중시킵니다.

Love Wheel

아틀란틱 레코드사에서 발표한 앨범 《FUN》은 거칠고 직선적입니다. <Love Wheel>도 그러한 곡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입니다. 2분 남짓 짧은 곡이지만, 즐겁지만 우울한 사운드를 그가 어떻게 표현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True Love Will Find You In The End

이 노래는 존스턴의 대표곡입니다. 흐리고 조촐한 이 사랑노래는 플레밍 립스(The Flaming Lips)와 벡(Beck)을 통해서 커버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커버들은 이 곡의 존재를 알리고 대표곡의 지위를 갖게 했습니다. 기타 연주와 보컬만으로 진행되는 노래는 단순합니다.

단순하지만 아름답습니다.

이것은 존스턴의 음악인생을 정리하는 한 마디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결국 당신을 찾을 것입니다 (True love will find you in the end)
당신이 찾고 있다면 찾을 수 있어요 (Only if you’re looking can it find you)
왜냐하면 진정한 사랑도 같이 찾고 있으니까요 (Cause true love is searching,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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