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앨범 이야기] 변치않은 13년 : Tool, 《Fear Inoculum (2019)》

문화예술

by 미아스마 2019. 9. 28. 17:26

본문

Tool

13년 만의 신보, 13년 전 그대로


그 시대(90년대)를 정의하는 기록 또는 그 시대를 풍미한 예술 형식의 기념비적인 유물로 시간의 테스트를 견디어야 하는 형식적 걸작이다.

A formal masterpiece that should stand the test of time — either as a defining record of its era, or a monumental relic of an art form that had its day.

음악잡지 롤링스톤스지에서


Tool은 프로그레시브 메탈과 얼터네이티브 메탈을 중심으로 광활한 사운드를 연구해온 밴드다. 밴드의 앨범에서는 다양한 실험이 구현되곤 한다. 우선은 프로그레시브의 영향에 의한 아방가르드함은 이들의 독창성을 극화시켰으며, 7~10분씩이나 되는 장곡들은 동시대에 흔치 않은 얼터네이티브 메탈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보컬의 비중은 적은 편이고 대부분의 러닝타임을 연주에 사용한다. 

이 메탈 밴드가 사랑받는 이유는 긴 곡임에도 불구하고 내뿜는 에너지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드럼과 베이스의 리듬감과 후반부에서 폭발시키는 곡의 구성은 듣는 사람들이 열광할만하다. 본인들의 철학이 본격적으로 인정을 받았던 앨범은 1996년 앨범 《Ænima》였다. 곡의 반복과 폭발력, 실험성은 중독성을 발휘하고 한 순간도 쉴틈을 주지 않았다. 한번 잡은 분위기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Tool은 2006년 《10,000 days》이후 도통 앨범을 내놓지 않았다. 이전에도 5년에 한 번씩 냈다는 것을 생각해도 13년은 그 두 배 이상에 해당하는 세월이다. 이들의 음악 스타일을 기다리던 팬들은 당연히 지쳐갈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밴드와 팬들과의 밀당과 같은 일도 있었다. 2007년 Tool은 해체 상태에 접어들었다. 팬들은 아쉬워했지만 그만큼 연식이 있었던 밴드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009년 다시 투어를 돌기 시작하고, 새 앨범을 작업한다고 알렸다. 그렇게 아주 느리고 느리게 2012년 앨범이 절반 정도 완성되었다고 알렸다. 하지만 이 시기 밴드에는 여러 문제들이 생겨다. 레코드사와 법적인 문제, 멤버들의 건상상태, 가족문제까지 겹치면서 작업 속도는 더욱 느려졌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된 것은 2015년쯤. Tool은 정상적인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었다. 그렇게 2018년초 신보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2019년, 20개의 후보곡을 수정하여 《Fear Inoculum》으로 컴백할 수 있었다. 

공포 접종원(Fear Inoculum)


Volcano


장르:
얼터네이티브 메탈, 프로그래시브 메탈
기획사 : Volcano 
단위: 
정규앨범 (LP)

러닝타임: 86분 40초
맴버: 제임스 키넌(James Keenan, vocals), 애덤 존스(Adam Jones, guitar), 대니 캐리(Danny Carey, drums), 저스틴 챈슬러(Justin Chancellor, bass)

앨범은 무겁고 칙칙한 앨범 아트처럼 변화가 없다.

길고 반복적이며 폭발력이 있었으며 드럼은 부지런했다. 사실 13년 만의 앨범이고 대부분 긴 공백을 갖었던 밴드들이 컴백에 실패했다. 나는 오랜 공백을 지닌 밴드가 컴백했을 때 그렇게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다. 예전과 같은 사운드를 못 낼 것이고, 약간 조잡한 느낌으로 다가올 것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Tool은 그러한 '실패'를 들려주지 않았다.

과거의 앨범보다 그 강도은 약해졌을지라도 밴드가 추구하는 음악색은 변하지 않았다. 이러한 같은 방향은 여러 시각에 의해 장점과 단점으로 갈라질 것이다. 이 밴드를 사랑한 팬들에게는 장점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단점인 모습이 많이 보였다.  Tool의 음악색은 80년대 그런지, 90년대의 얼터네이티브를 거쳐 만들어진 얼터네이티브 메탈에 기반한다. 이는 30년 전 색체이고 고전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앨범은 전작들과 같은 감흥과 새로움이 떨어진다. 이 말을 요약하자면 한 번에 청자들을 사로잡지 못한다.

그러면 '이전과 비슷한데 왜 지금은 사로잡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이 답변은 간단하다. Tool이 처음 등장했고 전성기를 보낸 90년대 초반은 너바나의 시애틀 사운드, 즉 그런지가 인기를 얻고 있을 때이다. 지금과 달리 록이 살아있었고 더불어 한쪽에서는 메탈이 새롭게 부활하려고 했던 시기였다. Tool은 60년대는 물론 당시 인기 있었던 그런지, 얼터네이티브, 그리고 메탈을 합했고, 새로운 사운드에 부합한 앨범을 만들었던 것이다. 당시에 새로웠던 사운드는 당연히 새로운 음악 경험을 원했던 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지금은 같은 사운드지만 새로움과 거리가 멀어졌다. 앨범은 무려 80분가까이 되며 훅(Hook)이 부족하여 기억에 남지 않는다. 앨범은 분위기만 남는데 이는 전작들과 비슷하여 그 또한 잊힌다. 또한 멤버들의 연주나 보컬은 과거 앨범보다 기량이 떨어진 상태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이를 먹은 것이다. 그래서 이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서 듣고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지루하고 어디에 집중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나마 데니 캐리(Danny Carey)의 드럼은 그대로 곡 전체를 이끌어 갑니다.

13년의 시간은 길었다. 80분이라는 러닝타임 그리고 그 지루함을 이겨낼 음악적인 구성은 발견되진 않았다. 우리는 이 앨범을 두고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겠지만, 이젠 그럴 연차도 아닌 것 같다. 단지 예전이 생각나는 느낌으로 앨범을 재현해 냈다. 이같은 분위기가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에게 의미가 있다면 그만인 나이가 된 것이다.

나이가 먹으면 익숙한게 좋은 법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