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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라는 전기비평(傳記批評)의 신봉자: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버드맨』 Take 1

문화예술

by 미아스마 2019. 10. 1.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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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맨

 

재밌지만 쓸쓸한 일화가 있다.


김세정


2016
년 엠넷에서 방영한 프로듀스 101에 출연한 김세정은 데뷔조 11명에 뽑혀 그룹 아이오아이(I.O.I)로 데뷔하게 된다. 새로운 오디션 포맷의 새로운 그룹이기에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의 아이돌이 아니라면 받을 수 없는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것이다. 문제는 그 기간이 짧고 굵었다는 점이다. 아이오아이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이는 다른 소속사의 11명이 멤버로 이루어진 그룹이기에 이미 해체가 예정된 그룹이라는 것이다. 김세정은 어느 위치에서든 최선을 다했다. 아이오아이의 리더를 맡았고, 동생들을 보살폈고 동시에 자신의 본 그룹인 구구단의 멤버로 메인보컬과 멤버들을 돌보았다.

하지만 아이오아이라는 그룹의 무게와 구구단이라는 그룹의 무게는 상당히 달랐던 모양이다. 김세정은 『아는형님』에 출연하여 이와 관련된 일화를 이야기했다. 아이오아이로 활동할 때 안녕하세요 선배님이라고 인사한 후배가 있었는데, 구구단으로 활동할 때는 인사도 하지 않고 쓱 지나갔다는 일화였다. 김세정의 과거는 아이오아이의 리더였다. 하지만 지금은 인기 없는 구구단의 메인보컬일 뿐이다.

과거는 사람을 먹여 살리지 못한다. 그런데 과거는 자신을 파괴하기도 한다.

이 두 가지 문장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보는 타자이다. 당신의 피나는 오늘의 노력은 과거의 업적보다 드러나지 않으며, 사람들은 타자의 위대한 시간만을 쫓는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토대로 타자를 조각해나간다. 사람들이 타자를 보는 시선은 현실과 그 과정은 중요치 않다. 오로지 본인이 보고 싶은 것만 끄집어내어 조각한다. 타인에 대한 정보가 많은 사람은 조각이 정교할 것이며, 정보가 한정되어 있다면 조각은 왜곡되어 있을 것이다.

2014년 영화 버드맨은 언뜻 몰락한 영웅, 과거가 화려했던 사람의 씁쓸한 이야기라고 여겨진다. 사람들은 그 과정을 원 테이크로 찍은 실험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몰락한 영웅의 현실적인 백스테이지가 아니다. 그 영화를 보는 자칭 비평가들을 꼬집는 영화이다. 자칭 비평가이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포함이다. 일단 영화의 특징을 2가지로 잡아낼 수 있다. 첫 번째 원 테이크, 두 번째 재즈풍의 드럼이다.

원 테이크, 누군가의 진실을 담다


버드맨


원 테이크는 이 영화의 기둥이다
. 원 테이크로 찍지 않았다면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한다. 그리고 주제를 끌어내지도 못한다. 그러면 왜 원 테이크일까? 이것은 전기 비평 신봉자들에게 그 또한 정답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가령 우리가 누군가의 전기를 읽었다고 치다. 전기를 읽었으니까 누군가의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는가? 정답은 아니오. 전기는 모든 것을 담을 수도 없을뿐더러, 기록될 수 없다.

영화에서 리건 톰슨(과거 버드맨)은 한순간도 자신의 연극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리고 감독은 그 과정을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직장상사, 누군가의 선배, 누군가의 동료, 누군가의 친구로 담아냈다. 하지만 비평가와 대중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심지어 타임즈 비평가는 그의 작품을 보지도 않고 비평을 써낸다. 그를 원 테이크가 아닌, 버드맨으로만 보고 과거 슈퍼스타가 연극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고 단정 짓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비평가가 비평가인가?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대부분 비평가는 영화를 평가할 때 한 작가의 한 배우의 작품 목록을 참고하며 이야기한다. 가끔 영화보다 과거의 비중이 커질 때도 있다. 영화배우가 다른 장르를 택할 때는 더욱 엄격해지기도 한다. 버드맨의 감독은 누군가의 널리 알려진 전기로 그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원 테이크를 사용한 것이다. 나는 리건 톰슨이 창문에서 사라진 순간까지 끊기지 않았던 영화에 손뼉을 쳤다. 우리의 인생에는 컷이란 없다. NG도 없고, 흘러가는 대로 산다. 너무 익숙해서 그걸 잊고, 남들을 평가할 때는 완벽을 요구한다. 원 테이크는 이 모든 걸 함축시킨 전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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