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심리실험이 하나 있습니다.
한번 A와 B라는 두 개의 선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여기서 선의 길이는 A가 더 길다고 가정합니다. 이제 5명의 참가자를 초대해 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두 개의 선 중 어떤 선이 더 긴 것인지 물어봅니다. 이때 4명의 참가자는 미리 따로 불러 B가 더 길다고 말하기로 약속되어 있습니다. 미리 약속한 4명이 하나같이 B가 길다고 말한다면 마지막에 남은 실험자는 질문에 뭐라고 답할까요. 모두 다 아시겠지만 그도 결국 B가 더 길어 보인다고 말하게 된다고 합니다. 사람은 보이는 것을 믿기보단 남이 믿는 것을 같이 믿고 싶어 하나 봅니다. 결국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니까요.
요즘 핸드폰 팝업 알람 지우는 것 도 일입니다. 바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죠. 영어공부해보겠단 패기로 CNN어플을 깔았는데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어느새 뉴스 팝업이 엄청나게 쌓입니다. 당연한 이야기 일지 모르겠지만 팝업이 올라오는 시간은 모두 달라도 주제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Donald Trump! 확실히 세계화 시대인가 봅니다.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이 한국에 있는 저의 핸드폰 배터리까지 빨리 닳게 만드니 말입니다.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미국 대통령에 대한 것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가 되기까지의 현 세계의 트랜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들어보았을 '신고립주의'에 대해 말입니다.
글쎄요. 저는 재미없는 영화를 보고 나서 그냥 별로라고 말하기엔 영화 티켓 값에 대한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습니다만, A부터 Z까지 하나하나 뜯어보며 잘근잘근 씹어주면서 이렇기 때문에 별로였다고 욕하면 기분이 후련해지더라고요. 적어도 욕하려면 알고 욕하자 이겁니다. 그래야 마음도 더 후련하니까요. 그러면 먼저 세계화는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잠시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세계화가 시작된 이후 개방과 고립은 계속 있어왔습니다.
한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개방과 고립을 추구하기도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세계화의 통합진전 정도에 따라 세계화는 1차와 2차, 이렇게 두 단계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1차 세계화는 상품교역의 자유화가 급속히 이뤄진 단계에 있었는데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이 되겠습니다.
이 당시 세계화 촉진의 배경은 19세기 후반 증기선의 발달과 수에즈운하 개통, 철도 건설 붐 등으로 국내외 운송비가 빠르게 하락한 점이 물리적 배경이 되었죠. 이러한 1차 세계화는 20세기 초반까지 진행되었고 1차 대전 직전 년도인 1913년도에 정점에 달하게 됩니다. 세계대전이 일어난 시기엔 고립주의가 나타나게 됩니다.이 시기엔 경제전쟁과 무역장벽, 이민제한, 자본통제, 민족주의 등도 나타났습니다. 유럽에서는 민생파탄과 반기득권 정서가 폭력적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고립주의가 나타나게 된 배경에는 1차 세계화 진전과정에서의 반작용이 나타난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대륙에서 값싼 곡물이 유입되는 것은 유럽 지대수입자들의 소득의 감소를 의미합니다. 또한 미국에 수입되는 유럽의 제조업품은 미국의 유치산업 발달을 저해하며 유럽으로부터 대량 이민이 미국에 들어가기 때문에 신대륙에선 미숙련노동 임금이 하락하게 됩니다. 이러한 부작용으로 유럽은 곡물수입에 관세를 부과하게 되며 미국을 비롯한 신대륙에서는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구축하고 미숙련 노동의 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이민제한 등의 정책이 실시하게 됩니다.
즉, 빠르게 일어난 세계화의 부작용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엔 거래의 자유화 대상이 전통적인 제조업 상품에서부터 서비스, 지식 및 정보, 디지털 재화는 물론이고 노동과 자본 같은 생산요소 시장까지로 확대되었고, 전 세계 대부분 국가들은 시장 개방에 동참하게 됩니다.
2차 세계화의 확산은 무역정책의 변화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는데 특히 1980년대 후반 이후 세계 각국은 무역을 저해하는 각종 관세,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고, 자본과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등 세계화를 국제무대의 표준(Norm)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전세계 무역 자유화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 자유무역협정(FTA), 관세동맹(Customs Union) 등 다양한 형태의 지역통합 협의체 결성을 허용하면서 세계 곳곳에선 다수의 지역무역협정이 이뤄졌습니다.
그 결과, 1970년대 초반 1차 대전 직전 수준을 회복한 세계화는 이후 그 수준을 크게 능가하게 됩니다. 특히 교역재의 생산 대비 비중이 이전에 비해 매우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2차의 세계화 단계에서도 여러 가지의 부작용은 존재해 왔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진통이 커져, 미국 등 선진국의 성장률은 2000~2007년 평균보다 1% 포인트 이상 하락하게 되며, 실업률은 크게 높아지면서 세계화의 흐름에 큰 제동이 걸리게 되었습니다.
또한 경제가 취약해지고 고용부진이 이어지면서 미국에서는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커졌으며 때마침 유럽에서는 중동발 난민 문제도 불거지게 되죠. 악화된 경제상황에 이민과 난민 문제가 겹치면서 유권자의 불만은 고조되었으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분노는 분리주의 운동이나 반세계화를 주장하는 고립주의적 정치운동을 통해서 표출되기 시작하였고 이는 브렉시트와 트럼프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현상까지 이어오게 됩니다.
이러한 신고립주의는 현재 브렉시트나 트럼프의 당선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주 기류가 될 조짐이 보여 지고 있습니다. 그럼 이런 신고립주의가 고립주의와 다른 것은 무엇일까요? 1차 세계화와 2차 세계화 사이에 있던 반세계화, 고립주의는 유럽문제에 미국이 관여하지 않는 대신 유럽제국 또한 미국 및 아메리카대륙에 간섭하는 일도 거부한다는 입장이며 먼로독트린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즉, 서로의 영향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재가 존재하게 됩니다. 그러나 신고립주의는 이와는 다르게 세계의 주도권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립주의를 취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고립주의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신고립주의와 경제 위기 이후 증가하는 사회적 불안과 연관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연관성에 극우주의자 르펜은 이 문제는 내셔널리스트(민족국가)와 글로벌리스트(세계화) 간의 투쟁이라는 프레임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위기 원인을 이민자와 세계화로 지목하면서, 빼앗긴 복지를 되찾아 사회를 재건하자는 논리로 대중을 포섭하는 것이지요. 반세계화라는 분위기를 극우파가 민족주의적 방식으로 잡아 활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신고립주의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여러 이해관계와 불안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정치집단과 얽히면서 꽤나 이해하기 복잡해져 가기 때문에 자칫 흐름을 놓치면 문제의 해결을 다른 곳에서 찾을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선진국에서의 반 세계화 움직임이 거대한 흐름으로 바뀌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 신호탄의 화약은 장기간의 저성장이고 높은 실업률이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무기력한 기존 정치 시스템에 대한 실망이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의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 터지는 신호탄의 표적은 과연 누가 되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 자유무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WTO(세계무역기구)가 본래의 설립의도를 잃어간 지는 이미 오래 됐었고, 미국과 EU 등 세계화를 이끌어온 나라들의 반덤핑과 같은 무역규제조치는 지난 수년간 더욱 빈번해 졌습니다. 또한 국가 차원에선 소득불평등이 1980년대 이래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습니다. 이는 대내적으로는 신자유주의의 득세와 기술변화가 있었고 대외적으로는 세계화의 영향이 있었습니다.
이것들은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화의 문제점과 그에 따른 여파입니다. 그러나 창문에 구멍이 나서 바람 들어온다고 창문을 없애고 콘크리트로 도배하는 것이 옳은 해결이 아니듯 문제의 본질을 빗나가는 해결책은 사회의 혼란만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세계화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부의 재분배이며 또한 민주적 정치와 국민국가, 초세계화 사이의 딜레마입니다.
또한 19세기부터 계속된 문제이며 지금까진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기업인들이 누렸던 세계화의 혜택에 대해선 새로운 관점이 제시되지 않는 것이 문제이며 세계화로 인한 조약이 국민의 이익과 상충될 때, 이 가운데에서 정치적 의사결정이 딜레마에 놓이게 되는 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즉, 부의 재분배에 대한 새로운 방안이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이며 세계화 성장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의사결정의 복잡함이 문제인 것입니다.
1970년 이후 선진국에서 발생하는 경기침체가 정당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한 연구를 살펴보겠습니다.
금융기관 파산과 심각한 경기후퇴를 동반하는 금융위기는 기존의 사회적, 정치적 구조에 균열을 초래한다고 합니다. 마치 갤럭시 핸드폰이 터지게 되면 그에 따른 애플사의 핸드폰을 쓰듯, 결국 소비자가 대체재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은 새로운 대안으로 현 문제를 타파하고 싶은 것입니다. 정치적 양극화 시엔 특히 유권자들이 외국인이나 소수자의 배제를 주장하는 극우주의적인 정치적 수사(rhetoric)에 이끌리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 결과 극우 주의 정당의 득표율이 평균 30% 가량 올라가는 현상이 있게 됩니다. 신고립주의 문제에 정치적 양극화 현상을 제시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세계화의 문제점을 또 다른 내가 아닌 남에게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민족주의적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경계이며 그리고 그러한 방식들에 또다시 움직이고 있는 대중에 대한 고민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반세계화, 고립주의는 역사 속에 계속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이제 반세계화의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양을 띨 것인지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미 여러 갈래로 교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었는데 이러한 복잡성에 효과적 규제 방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가 미래에 다가올 문제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제협력이 줄어든다는 것은 경험하지 못했던 혼란을 이야기 할 수 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트럼프의 행보에 비난을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멕시코 장벽이나 기후협약에 대한 소극적 모습을 보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미래에 다가올 위협들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체 우리끼리 잘 해나갈 수 있다고 잘못된 시야를 열어주는 것입니다. 창문을 고치지 않고 온 집안을 밀봉하면 바람은 안 들어 올진 몰라도 그 안에서 공기는 막히게 되는 것이 문제란 것입니다.
문제의 원인을 내부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꽤나 큰 리스크가 있습니다. 먼저 현재까지의 상황에 대한 반성과 고백이 있어야 하고 기존 지지층들의 외면에 맞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민주주의의 아름다움이 나타나지 않아야 할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한명의 올바른 리더와 그를 알아보는 대중이 존재한다면 그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고 그래서 민주주의가 역사에서 아직까지 현존하는 정치적 의사결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프레임의 영향력은 매우 놀랍습니다. 선 안과 선 밖을 구분하는 것이 올바르게 이뤄지지 않고 제시되는 프레임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합니다.
벌써부터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인종차별 발언과 사건 사고들을 그저 가볍게 넘길 뉴스로 보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세계화라는 주제 속에서 생기는 문제들의 본질을 대중은 정확히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예전의 플라톤은 반민주주의자였습니다. 민주주의를 시민들이 공익을 추구하기보단 시민의 충동을 따르게 되는 내부 단결이 없는 무정부사회라고 비판했고, 나아가 중우정치라고 비판하였습니다.
오늘날은 과연 우린 어떠한 민주주의에서 살고 있습니까. 당신은 A와 B의 선 중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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